무더위 속의 델리에서 벗어나 마날리를 지나서 킬롱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길, 시체들이 쌓인 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로탕 패스.

 

그 호칭에 걸맞게 길은 험하기 짝이 없었다. 도로에 바위나 얼음덩어리가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고 가파른 오르막 경사로도 있었지만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포장이 되지도 않은 진흙길이었다. 주로 로탕 패스 초입부에 있는 흙길에 얼음이 녹은 물이 섞여 형성된 진흙이었는데, 오랫동안 만들어져 왔고 만들어지고 있는 진흙이었기에 그 깊이와 점도는 상당했다. 로탕 패스를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이 그 길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고,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체력도 정말 많이 소모하는 일이었다.

 

60mm           f/4.7           1/2000
67mm           f/4.8          1/2000

 

우리는 로탕 패스를 전부터 넘어 다니시던 베테랑 드라이버 분이 차를 운전해 주셔서 비교적 편했기에 사진을 충분히 찍을 여유도 가질 수 있었고 (약골)체력 관리도 가능했던 것 같다. 덜컹거리는 차를 오래 타는 것도 꽤 힘든 일이었지만 그만큼 고지대의 시원한 공기와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.

 

50mm           f/4.5           1/2000
135mm           f/7.1           1/250

정말이지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.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경사진 들판에 누워서 선선한 공기를 마시고 구름과 번갈아가며 이따금 비치는 햇살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. 아래의 명언이 잘 어울리는 절경이다.

 

자연은 신의 예술품이다.

- 단테

230mm           f/6.7           1/2000
205mm           f/6.7           1/2000
114mm           f/5.6           1/2000

 

고지대를 향할수록 눈 덮인 봉우리가 자주 보였다.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풍경들 앞에서, 나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. 아마도 이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.

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고 갔던 인도였지만,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이런 멋진 산맥을 지나게 되어 기뻤고 앞으로도 세계의 멋진 지역들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뜨겁게 들었다. 다음번에 다른 지역을 향할 땐 혼자 구석구석 탐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.

로탕 패스를 횡단하는 동안 XC50-230 렌즈 원툴로 사진을 찍었는데 결과는 그야말로 대만족이었다. 30만원 정도에 중고로 업어왔던 후지필름 렌즈 중에선 보급 라인인 XC 시리즈의 렌즈였지만 내가 막눈이어서 그런지 프리미엄인 XF 시리즈와 비교해도 해상력의 차이를 그다지 못 느끼겠고 높은 조리개값으로 인한 보케의 품질 저하만 제외하면, 아니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참 가성비가 좋은 렌즈라고 생각한다.

 

참, 앞으로는 A컷 사진들은 따로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안 올라올 듯 하다. 사진 포트폴리오 티스토리를 따로 만들어서 운영할 생각이기 때문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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